약초 이야기
약초 이야기
"복조리 사세요!" 음력 섣달그믐 야심한 삼경(三更, 밤 11시부터 1시 사이)부터 다음날인 설날
아침까지 이렇게 소리치면 골목길을 다니던 복조리 장수들이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집집마다 일 년 동안 복이 넘치도록 담아 두자는 마음에서
복조리를 매달아두곤 했습니다. 복조리는 한 해가 무사하길 기원하는 우리
어머니의 기도이기도 했습니다.
조리는 대나무나 싸리나무의 잔가지로
만드는데, 복을 담는 정월 복조리는 조릿대로 만듭니다.
조릿대는 대나무와 같은 '벼목 화본과'로 생김새가 대나무와 비슷합니다.
사계절 짙푸른 빛을 띠며, 우리나라 전역의 산에 널리 분포되어 있습니다.
생약명으로 '산죽'이라 합니다.
육지에서 흔히 볼수 없는 조릿대도 있습니다.
키가 작고 잎 가장자리에 줄무늬가 있는 제주조릿대, 울릉도에서 자라는 섬조릿대
구례 문수산에서 서식하는 문수 조릿대 등이 그 주인공들입니다.
조릿대는 사시사철 채취가 가능하며 잎, 줄기, 뿌리를 모두 먹을 수 있습니다. 말간 상아빛의
꽃은 짙은 보라색 포엽에 둘러싸여 있는데 수년, 심지어는 수십 년 만에 한 번 피기 때문에 보
기가 어렵습니다.
대개 5~6월쯤에 한그루에서 꽃이 피면 군락 전체에서 서서히 꽃이 피고 열매를 맺으며 동시에
말라죽습니다.
검보랏빛이 감도는 조릿대 열매는 벼와 흡사해서 조릿대 나락 또는 '죽미 죽실이라고 합니다
조릿대의 모든 기운을 품고 있는 열매는 녹말이 제법 많아 밥이나 떡으로 만들어 먹습니다.
조릿대의 겉껍질을 벗겨내면 부 더러운 속껍질이 나옵니다.
그 속껍질을 칼로 긁으면 나오는 얇은 껍질을 '죽여'라고 합나다.
<동의보감> 탕제 편에 '죽여 온담탕'이라는 처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발열이 오래되거나 해열 후 기침으로 담(가래)이 많으면서 잠을 이룰 수 없이 고통스러울 때,
정신불안이나 삼계 항진으로 의식이 분명치 않은 때'라고 적혀있습니다.
조릿대는 독성이 없어 잎. 줄기. 꽃. 열매를 모두 먹을 수 있습니다.
새 잎이 나오는 이름 봄에는 채취하여 건조하면 조릿대의 찬 성질을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조릿대 잎을 채취해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없앱니다.
잎은 잘게 썰어 중불에서 덖은 후 생강이나 감초, 대추 등을 넣고 끓여서 따끈하게 마시기를
권합니다.
잘 덖은 잎이나 줄기를 향기롭게 그대로 오랫동안 보관하려면 바짝 말려서 남은 습기를 완전
히 제거해 줘야 합니다.
밥을 지을 때 조릿대를 물을 사용하거나 잎이 10장 정도를 깨끗하게 씻어 쌀 위에 얹어 주면 죽
향 가득한 밥을 맛볼 수 있습니다.
동치미 단지에 조릿대를 사이사이 넣어 주고 맨 위 국물 위에 넉넉하게 덮어주면 발효를 훨씬
더디게 하여 상큼하고 아삭한 동치미 맛을 오래 유지할 수 있습니다.
김장에도 동치미와 같은 방법을 응용하면 늦은 봄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특히 조릿대 달인 물로 머리를 감으면 튼튼해지고 굵어집니다.
또, 여름철 땀띠뿐만 아니라 거치 피부를 깨끗하게 하며 몸에서 나는 역한 냄새를 없애는 목
욕 제로도 사용합니다.
옮겨옴(글/허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