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늘에서 결혼 비행을 하다
#짝짓기를 앞둔 암컷은 옅은 귤색, 수컷은 빨간색
시골 가을 풍경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고추잠자리입니다.
어릴 때는 짙은 황색이었다 가 짝 직기를 앞두고는 암컷은 옅은 귤색으로, 수컷
은 얼굴,배,눈까지 새빨간 혼인색으로 변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사랑을 하면 예뻐진다."는 말이
잠자리에도 해당하는 모양입니다.
한껏 귀티를 내는 잠자리를 청령 청 낭자라고 부릅니다.
영어로'Dragonfly'라고 합니다.
머리엔 우뚝 솟은2개의 큰 겹눈과 그사이에 보일 듯 말 듯
3개의 작은 홑눈이 있는데,
겹눈 은구슬 눈으로 위아래, 좌우 사방팔방 6m 이내에 있는
물건을 또렸이 보며, 움직이는 물체는 20m나 떨어진
것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녀석, 눈 하나 매우 밝군!
한데 '잠자리 눈곱'이란 말이 있으니 이는 극히
적은 양을 에둘러 이르는 말입니다.
그물처럼 얽힌 두 쌍의 날개(시맥.翅 脈?)는 엄청 가볍고
청결하기 짝이 없는 얇은 막으로 덮였답니다.
그래서 속이 비칠 만큼 썩 얇고 고운 옷감을 일러 "잠자리 날개 같다"라고
하고, 잘 차려입는 여인의 모습을 빗대 '잠자리 나는 듯'하다고 하는 것입니다.
잠자리는 해가 지면 들판에서 풍찬노숙하고, 아침이면 햇살을 받아 이슬 묻은 날개를
털고는 부산스럽게 온 데를 휘젓고 쏘다니면서 사냥에 바쁩니다.
잠자리는 잠 자릿과의 곤충으로 애벌레(유충)는 강물에 살고,
어른벌레(성충)는 공중을 날기에 어미, 아비와 새끼 간에 먹이(Food)와
공간(Space)을 두고 벌이는 경쟁을 피해 갈 수 있어
유리한 생존 방식이라 하겠습니다.
모든 생물이 다 그렇듯 사람도 그놈의 식과 주 때문에 너 나 할 것 없이
등골이 빠집니다.
잠자리의 애벌레를 '수채' 또는 '학 배기' 라 부릅니다. 이들은 성충, 유충이 모두
육식성으로, 성충은 모기, 파리, 벌, 나비 등을 포식하고, 억척스러운 학 배기는
센 턱으로 장구벌레, 실지렁이, 올챙이들도 마구 잡이로 먹는 답니다.
그런데 올챙이가 개구리가 되고, 학 배기가 잠자리가 되면 먹고 먹힘이 별안간
역전되고 맙니다.
빠듯한 벼랑 끝 승부랄까요.
개구리가 잠자리를 냅다 잡아먹으니 말입니다.
"사람 팔자 모른다."라고 허더니만.....
누구나 잠자리 두 마리가 닥 달라붙어 공중을 씽씽 나는 것을 보았을 겁니다.
짝짓기 상대를 만난 수놈이 배 끝에 집게로 암컷의 머리채를 덥석
낚아채고는 30분 넘게 그렇게 그리고 다니면서 달래고 으르며 산란을 재우칩니다.
이를 '결혼 비행'이라고 하는데 이는 짝짓기가 아니라 교미를 위한 전희 행위입니다.
이제 두 놈 중 앞의 것이 수컷이고 뒤의 것이 암컷임을 짐작했을 겁니다.
한참 공중을 날다가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싶으면
으슥한 연못이나 웅덩이 주변의 후미진 풀 속에 자리 잡고
짝짓기 할 자세를 취합니다. (아직도 수컷이 암컷 목덜미를 놓아주지 않음)
암놈 생식기는 10개의 배 몸마디 중에서 아홉째 마디에 있고,
수놈의 교미기는 2개로 복부 9째 마디에 생식기, 2~셋째 마디에 부생 식기가 있습니다.
암컷이 6개의 다리로 수놈의 배를 움켜쥐고 몸을 동 그렇게
새우등처럼 구부리 생식기를 수컷 부생 식기에 갖다 대고 거기에 수컷이 모아둔
정자 덩어리를 냉큼 받아갑니다.
그게 짝짓기 (체외수정)로 사진에서 자주 보듯 하트 모양입니다.
옛날에 그 많던 왕잠자리나 고추잠자리도 온 데 간데없습니다.
마뜩잖은 인간들이 망나니짓을 해대니 잠자리까지 등을 돌린 것이지요.
사람도 죽을병에 걸리면 고칠 수 없듯이 대지도 몽당 망가지면 그러합니다.
모쪼록 보잘것없고 하찮은 것들도 긍휼히 여겨 아우르고 보살피며,
살갑게 보듬어 줘야겠습니다.
이침에 환경 지킴이, 파수군이 되어 보는 겁니다 부디 불살생을 ~!
[ 천의 속이 비칠 만큼 썩 얇고 고운 것을 일러 "잠자리 날개 같다" 하고
"잠자리 나는 듯"이란 잘 차려입는 여인의 모습을 빗댄 말이랍니다] 옮겨 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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