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꽃 향기의 정체는?
밤나무(Castanea crenta)는 참 나무과의 낙엽교목으로 산기슭이나 밭둑 같은 마른땅을
을 좋아합니다.
암수한그루로, 중부 지방에선 유월 중순 무렵에 개화합니다.
수꽃은 동물 꼬리 모양의 긴 꽃이삭에 여럿이 달리고, 암꽃은 그 아래에 두세 개
가 달립니다.
밤꽃은 다른 식물들이 다 그렇듯이 아무 때나 냄새를 풍기지 않고 벌이 날 수 있는 낮
시간대에만 향기를 피웁니다.
그런데 밤꽃 향기는 옛날부터 남자의 정액 냄새와 비슷해 양향이라 불렀으며,
밤꽃이 필 때면 부녀자들은 외출을 삼갔다고 합니다.
밤꽃에서 정액 향이 진동하는 것은 '스페르 민(spermine)'이란 물질(성분) 때문인데요,
벌은 그 향긋한 냄새를 맡고 멀리서 허위허위 날아듭니다.
스페르 민 'sperm(정자)/이라는 단어에서 유래됐으며, 실제로 정액에서 분리한 물질이라 합니다.
밤꽃 이야기가 나온 김에 밤 이야기도 해볼까 합니다.
밤은 구시월에 가서야 토실토실하게 익습니다.
다 자란 밤송이는 지름이 2.5 ~4cm로 속의 풋밤알은 뽀얗지만 익으면 매끈해지면서
점점 짙은 갈색(밤색)으로 변하지요. 밤톨은 밤송이와 단단한 과피로 싸인 견과이며,
밤송이 하나에 외둥이, 형제, 삼 형제가 대부분이지만 많게는 오 형제가 담뿍 든 것도 있답니다.
요컨대 치기 어린 호기심과 장난기가 창조성이요.
과학성이라 하지 않습니까.
한때 밤송이 하나에 밤 가시가 도통 몇 개나 될까
하는 생각에 하나하나 모조리 헤아려본 적이 있으니,
평균하여 3.500여 개가 얼키설키 알차게 엉겨 붙어 있습니다.
야, 많다!
이렇게 가시가 빽빽하고 뻣뻣한 게 앙칼지고 성갈 있어 불밤 송이로 쥐구멍을
틀어막았으니 그 철옹성엔 쥐새끼도 얼씬 못하지요.
이렇게 앙칼진 밤송이도 때가 되면 저 혼자 헤벌쭉 벌어져 뒤흔들지도
않아도 아람이 저절로 낙하합니다.
김삿갓도 '후원 황률 불봉탁'이라 했으니, 뒷동산의 익은 밤송이는 벌이 쏘지 않아도 절로 벌어지지요.
그러나 입을 꽉 다문 설익은 밤송이는 두발 사이로 끼우고 삐뚜름하게 짓누르면
삑 소리를 내며 밤알이 톡 볼가집니다.
밤밭에 벌렁 드러누워 있는 반들반들한 농갈색 알밤이 눈길을 끌기에 나도 모르게 덥석 손길이 가는데,
알고 보면 녀석들이 다람쥐나 청설모의 눈에 쉽게 띄어 먹히겠다는 심사입니다.
원숭이가 그렇듯이 이들의 볼 안에 볼주머니(협낭 頰囊, cheekp pouch)가 있어 거기에 밤톨을 볼록
채워 집으로 옮기는데, 중간에 흘리거나 먹고 남은 것이 싹을 틔웁니다.
◎ 제사상 위의 밤은 조상을 기억하라는 의미
조율이시라, 제사상에 대추 다음에 야문 겉껍질과 텁텁한 보늬(속껍질)를 벗기고 각지게
깎은 주판알 꼴의 생밤이 자리합니다.
맨 윗자리의 대추가 다산을 상징한다면 차석의 밤은 좀 다르답니다.
다른 나무 열매(떡잎)는 새끼 나무를 길러내고 나면
그만 폭삭 삭아버리지만 밤알은 후속이 한참 커서도 썩어 문드러지지 않고
오래오래 대궁이 아래에 매달려 있습니다.
따라서 제사상의 생밤은 모름지기 조상의 뿌리를 길이길이
기억하라는 의미가 들었다고 합니다.
밤 한 알 먹으면서 알밤 한 톨을 줍는데 허리를 한 번씩 굽힌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 입 나다.
한 방울의 물에 천지의 은혜가 스며 있고, 한 톨의 곡식에 만인의 노고가 담겨 있다 하지 않습니까.
밤이 익어가는 가을로 잠시 나들이를 하는 것은 어떠하신가요. 옮겨 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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